Page 14 - 드래곤 길들이기 ⑨ 드래곤 검을 훔치는 법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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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다니며, 끝없이 펼쳐진 황야에서 황급히 달아나는 바다표범을
쫓으며, 조상들의 느긋하고 행복한 삶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
는 희망을 품었다.

어쩌면 드래곤 퓨리어스는 그곳에서 행복하게 지내며 정신
을 차렸을지도 모른다. 그래서 자신의 맹세를 잊어버렸을지도 모
른다. 어쩌면 결국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.

어쩌면.
정말 그럴까?
어쩌면 그럴지도.
한밤중 잠에서 깨면, 머릿속에 드래곤 퓨리어스의 말이 강
렬히 맴돌았다. 그건 스노드롭(이른 봄에 피는 작고 하얀 꽃) 속으로 물
이 녹아드는 것 같은 달콤한 말이 아니었다. 그건 불꽃과 화염의
말이었다. 그 말은 지독히도 생생하게 꿈속에서 활활 타올랐다.

“우리는 이 세상을 모조리 불태워 버릴 거야. 비열하고 치사한
인간을 한 명도 살려두지 않겠어. 단 한 명도. 왜냐하면 지난 100년
동안 나는 지난날을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봤으니까. 너한테 말해 주
지, 소년....... 인간과 드래곤은 함께 살 수 없어.......”

이 말이 마치 살아서 꿈틀거리는, 불타는 뱀처럼 내 머릿속
을 두드려 댔다.

“......난 깊숙한 바닷속에서, 그리고 지구 끝에서 드래곤들을 불
러올 거다. 너무 늦기 전에 마지막 전투에서 함께 싸우기 위해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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