Page 11 - Why? 한국사 No.39 / 지명과 역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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궁예의 아픔이 녹아 있는 한탄강

한탄강은 강원도 평강군에서 시작하여 철원군, 경기도 연천군을 지나 임진강으로 흘
러드는 강입니다. 이 강에는 궁예의 한이 서린 이야기가 전해집니다.

궁예는 신라의 *헌안왕의 서자로 신분을 모른 채 자랐습니다.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
궁예는 집을 떠나 승려 노릇을 하며, 무술을 닦아 점차 세력을 키웠습니다. 궁예는 왕건
을 부하 장수로 삼았고 후고구려(태봉)를 건국하였습니다.

하지만 이후 신하들을 가차 없이 죽이고 점점 폭군으로 변했습니다. 나라를 어지럽히
는 궁예의 행동에 신하들은 왕건을 임금으로 내세우고 궁예를 내쫓았습니다. 쫓겨난 궁
예는 철원을 지나가다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강을 보았습니다. 강가에는 구멍이 숭
숭 뚫려 있는 돌들이 있었는데 궁예는 돌들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. 마치 돌들이 자신
의 처지와 비슷해보였기 때문입니다. 궁예는 구멍 뚫린 돌들처럼 자신도 좀이 슬고 늙어
운이 다했다며 한탄했다고 합니다.

한편 한탄강에는 또 다른 이야기도 전해집니다. 6·25 전쟁 때 피난을
가다가 한탄강을 만나 건너지 못하고 한탄만 했다 하여 한 많은 한탄강
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.

이 밖에도 궁예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지명이 있는데 왕건에게
패하자 한동안 주저앉아 산이 울리도록 큰 소리로 울어서 울음
‘명’, 소리 ‘성’을 쓴 명성산, 왕건의 군사가 오는 것을 살피던
망루봉, 궁예가 도망쳤던 가는골(패주골) 등이 궁예의 사연
을 간직하고 있습니다.

한탄강

*헌안왕 신라의 제47대 왕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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